이야기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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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는 한국이 U.A.E와 경기를 벌이는 동안,

베이루트에서는 레바논과 쿠웨이트의 경기가 있었다.

 

뜻 밖의 기회로 '스포츠 시티(Sports City)'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축구경기를 관람하게 되었다.

11월에 한국 대표팀이 와서 경기를 갖을 예정이어서, 나름 응원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보았다.

경기를 본 소감과 더불어, 11월에 한국팀과 경기를 할 때, 미리 준비했으면 하는 것들을 나눠보려 한다.

 

경기시간 1시간 전. (경기는 5시 시작) 그러니까 오후 4시쯤에 경기장에 도착했다.

경기장 주변은 이미 '흥분한' 레바논 사람들로 열기가 서서히 오르고 있었다.

스포츠 신문에서 말하는 '열기'라는 게 무엇을 말하는 지 알 수 있었다.

열기는 흥분과 더불어 광란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아마도 '무료' 입장이었나 보다.

몰려 온 수많은 군중들은 '질서'와는 아무 상관없이 게이트(출입구) 앞에 몰려 들어서 소리 지르고 있었다.

마치 '폭도들'을 연상케하는 분위기.

예전에 대학 다닐 때에 '데모(시위)' 하던 때가 생각났다.

그런데 축구경기 응원단들은 이미 응원단이 아니라, 성난 군중(시위대)였다.

스타디움 곳곳에 중무장한 군인들이 군중들을 통제하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문을 열어주니, 우르르 몰려 들어갔다.

각 게이트는 각각 연결된 객석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군인들은 아마도 몇 개의 객석만 열어주려 했는지, 시간에 맞춰 게이트를 하나씩 순차적으로 열어주고 있었다.

군중들은 게이트 문을 열어 달라고 부르짖고 있었다.

(축구경기 보러 왔는지, 시위대 보러 왔는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 중략..... (이렇게 묘사했다가는 장편 소설이 될 것 같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객석과 객석 사이에 투명 유리벽이 설치되어 있다.

한 객석에서 다른 객석으로 이동하지(넘어가지) 못한다.

그래도 레바논 사람들은 그것을 넘어서 이동했다.

아니 객석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객석을 점령하는 시위대처럼 보였다.

 

객석 중 하나는 쿠웨이트 응원단들 전용으로 사용되었다.

(쿠웨이트가 1골 만회골을 넣을 때, 비로소 쿠웨이트 응원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중에 우리 한국 응원단도 그렇게 되겠지? (객석 한 칸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운동장의 상태나 시설은 매우 열악했다. 

전광판의 (아날로그) 시계는 10분쯤 늦게 맞춰져 있었다.  그 밑의 디지털 시계는 시간이 제대로 맞았다.

바로 위 아래에 있는 두 개의 시계가 시간이 맞지 않는단 말인가?

시간이 맞지 않는 시계를 왜 보여주는지... ?

 

운동장의 잔디 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불규칙 바운드가 많이 일어난다.

해가 지면서 켜진 운동장 조명등도 그리 밝지 않았다.

 

레바논 군중들은 상대방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에도, 도무지 '소음'을 멈추지 않았다.

물론 자기 나라 국가가 연주 될 동안에도 더욱 소리를 높였다.

 

한번은 폭죽이 그라운드 안에서 굉음을 일으키며 터지기도 했다.

객석에서는 여기저기에서 레이저 빔을 선수들에게 비추기 시작했다.

경기가 시작하자, 레이저 빔으로 쿠웨이트 선수들을 방해했다. 특히 쿠웨이트 골키퍼를 방해했다.

그러자 경기 도중에 주심이 1차례 선수들을 모두 불러 들여서 경기를 중단시켰다.

장내 아나운서가 마이크로 관중들의 협조를 부탁하고,

레바논 축구선수까지 마이크를 잡고서 관중들의 협조를 부탁하자, 그제서야 레이저 테러는 중단되었다.

10여분 쯤 후에 경기가 속행되었다.

 

어떤 남자애는 경기 도중에 경기장으로 뛰어 들어가서, 레바논 골키퍼와 악수하기도 했다.

군인들이 출동하자,  도망가다가 결국 붙잡혔지만, 곧바로 '훈방'되었다.

 

경기 후에는 물병(페트병)을 경기장 쪽으로 던지고, 나중에는 쿠웨이트 응원객석으로 물병을 던지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경기가 끝난 직후였다.

레바논 관중들이 모두 빠져나가는 동안, 쿠웨이트 응원석에서는 아무도 장소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흥분한 레바논 군중들로부터 쿠웨이트 응원단들을 보호하려는 조치로 보였다.

레바논 사람과 쿠웨이트 사람이 겉으로 잘 구분이 안됨에도 불구하고 그런 조치를 취했다면,

한국 응원단들을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지 난감하다.

(한국 응원단들은 개별적으로 스타디움에 가면 안될 것 같다. 단체버스로 함께 움직이는게 안전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경기는 2:2 동점으로 끝났다.

사실은 레바논이 6:0으로 한국에 졌기 때문에, 한국과 1:1로 비긴 쿠웨이트를 2:2로 비긴 것은

매우 뜻밖의 결과라 볼 수 있다. 그래서 레바논 군중들은 그런대로 만족한 상태로 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경기를 본 후, 11월에 있을 한국전에 관련되어 이런 생각(제안)들을 해 본다.

- 경기 당일 날, 개인적으로 운동장에 오는 것은 '절대로' 삼가야 한다.

  (아랍사람들은 흥분한 상태일 때,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자신들도 모른다.)

- 레바논 사람들이 흥분하는 것을 '이해하는 마음'이 있어야겠다.

  이 사람들은 원래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감정을 표출하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행동을 '나쁜' 행동으로 생각하면, 결국 좋은 태도가 나올 수 없고, 같이 흥분하게 되면 관계만 나빠진다.

  아마도 쿠웨이트 선수들이 전반에 무척 부진했던 것도 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인지 모른다.

- 가급적 운동장 도착과 응원석 입장시간은 1시간 30분 이전에 맞추는 것이 좋다.

  그래야 레바논 군중들과 입구에서 섞이지 않는다. 일찌감치 입장하고, 나중에 늦게 빠져 나와야 한다.

- 운동장에서는 화장실 가는 것을 포함해서 절대로 개인행동을 하면 안된다.

- 응원은 목이 터져라 하지만, 레바논 사람들과 얼굴이 마주치면 항상 웃는 얼굴을 보여야 한다.

- 가능하면, 스타디움 관계자와 업무연락이 잘 되어서 'VIP' 전용입구를 사용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 경기가 끝나고, 운동장 밖에서는 가급적 경기 후 돌아가는 레바논인들을 자극하는 행동을 하면 안되겠다.

- 한국과 레바논 경기가 있는 날은 아마도 한국에서 '붉은 악마' 응원단이 온다고 하는데,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그들에게도 이런 내용들을 잘 인지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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